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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 진료 위해 치과를 ‘광장’처럼 디자인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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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구에 있는 아름다운치과 정종호(63) 원장.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서울 강동구에 있는 아름다운치과 정종호(63) 원장

“저라도 장애인 진료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잇몸에 끼어있는 음식물만 없애도 구강 상태가 많이 좋아지거든요.”

지난 7일 만난 서울 강동구 아름다운치과 정종호(63) 원장은 ‘장애인 진료’를 전면에 내걸고 치과 운영을 하고 있다. 치과 누리집엔 ‘모두에게 평등한 미소를! 장애인, 몸이 불편한 어르신도 편안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전문적인 맞춤 진료를 제공한다’고 소개돼 있다. 누리집 주소도 ‘www.장애인치과.com’이다.

민간 개인 병원에서 자발적으로 장애인 진료에 나선 것은 굉장히 이례적이다. 서울에 약 39만명의 장애인이 살고 있지만, 이들이 치과 진료를 마음 편하게 받을 수 있는 곳은 공공병원인 서울대 치과병원과 서울시장애인치과병원 2곳뿐이다. 병원 접근성이 떨어지면서 장애인에겐 치과 문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국립재활원의 ‘장애인 건강보건통계’를 보면, 2022년 기준 장애인의 구강검진 수검률은 17.9%에 그친다.

36년째 치과의사를 하는 정 원장이 장애인 진료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진 것은 2020년부터다. 서울 강남에서 이곳으로 치과를 옮긴 뒤, 주변 장애인 시설 등에서 장애인 환자들이 진료를 오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됐다.

“뇌병변 등 중증 장애인의 구강 상태가 심각했어요. 제대로 칫솔질을 하기 어려워 입안에 음식물이 장기간 끼어있는 겁니다. 이게 제거되지 않으니 잇몸이 나빠져 염증과 통증이 생기는 거죠.”

정 원장은 병원에 내원한 중증 장애인을 적어도 3개월에 한번씩 오게 해 음식물을 없애 주고, 올바른 칫솔질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장애인과 함께 온 복지사님이 그동안 잘게 썬 유동식만 먹었는데, 치료 후 정상적으로 식사하고 건강도 회복됐다며 자랑을 하더라고요. 보람이 크죠.”

정 원장은 장애인 치과를 제대로 해보자는 결심으로 이사도 했다. 중증 장애인은 대부분 휠체어를 타고, 보호자·복지사와 함께 오는데 좁은 치과가 항상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치과가 있던 건물 2층에 은행 지점이 빠져나가자, 지난해 10월 이사를 강행했다. 30평이던 치과가 80평으로 넓어졌고, 장애 친화적인 공간을 만들기 위해 내부 공사도 진행했다.

“휠체어가 편하게 이동할 수 있게 ‘광장처럼 만들자’고 생각했어요. 턱을 모두 없애고, 불필요한 테이블을 놓지 않았습니다. 출입문도 보통 치과의 두배 정도로 커요.”

장애 친화적 공간 위해 출입문 두배
턱 모두 없애고, 치료 의자 직접 개조
“민간·보건소도 장애인 진료 가능해야”

정 원장은 휠체어를 탄 채 시티(CT)를 찍을 수 있는 장비를 마련했고, 시티 찍을 때 장애인이 집중할 수 있도록 벽에 멋진 풍경을 담은 그림도 붙였다. 휠체어에서 진료 접수나 병원비 계산이 가능하도록 높이가 낮은 접수대를 별도로 설치했다. 치료용 의자 일부는 직접 개조해 장애인이 편하게 누워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했다.

모두 정 원장이 직접 설계했다. 그는 한때 치과의사를 그만두고, 인테리어 사업을 3년이나 했다. “원래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았어요. 주변 병원 원장님들이 인테리어 할 때 조언을 해줬더니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이걸 계기로 디자인 학원에 다니고, 병원 인테리어 사업까지 했는데 결과는 좋지 못했어요.” 인테리어 사업은 실패했지만, ‘장애 친화 치과’를 직접 만들 수 있는 전문성은 갖게 됐다. 지금도 병원 인테리어 감리 업무를 하고 있다.

치과에는 비장애인 환자들도 많이 오는데, 반응이 궁금했다. 정 원장은 “초고령화 시대에 노인의 상당수는 장애를 갖게 된다. 장애인 구강 관리는 우리 모두의 문제”라며 “응원해 주는 분들도 많다”고 말했다.

또 장애인 진료 치과가 대폭 확대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에서 장애인들이 장애인 전문치과에 예약하고 진료를 받는데, 6개월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임플란트 등 수술은 1년을 기다려야 하고요. 지방은 사정이 더욱 열악할 겁니다.” 그는 “보건소나 민간 치과에서 장애인 진료가 가능하도록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원장에게 앞으로 바람을 물었다. “우리 병원이 아주 잘 됐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다른 치과에서도 장애인 진료에 관심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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